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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 2026-09-11 · EN / KR

검열받을 권리를 돈 주고 사는 나라: 해방 80년 검열 잔혹사와 게임 ‘심의세’의 모순

해방 이후부터 이어진 한국 매체 검열의 역사와 일제의 유산, '유기장'의 낙인에서 출발한 게임 규제의 기원과 21만 헌법소원을 조명하고, 피검열 주체에게 수백만 원의 비용을 전가하는 전근대적 '심의세' 시스템의 전면 폐기를 촉구한다.

Editorial typographic cover featuring Article 21, Paragraph 2 of the Constitu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Censorship of speech and the press shall not be recognized

1. 해방 이후 매체 일반에 대한 검열 잔혹사: 침묵을 강요한 국가권력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2항은 명시하고 있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 간결한 한 줄의 헌법적 선언 뒤에는 일제 식민지 통치의 악법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수십 년간 사상과 표현을 난도질했던 국가 검열의 잔혹사가 가로놓여 있다.

1) 일제 식민지 유산의 온존과 분단 이데올로기 (1945~1950년대)

해방 직후 대한민국 정부와 미군정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독립운동과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휘두르던 법령(출판법, 보안법, 치안유지법, 조선영화령 등)의 핵심 틀을 청산하지 않고 그대로 전용했다.

  • 미군정 법령 제88호(1946년): 신문 및 정기간행물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하여 체제에 비판적인 언론을 사전에 봉쇄했다.
  • 1948년 정부 수립과 국가보안법: 신생 정부의 정통성 방어와 분단이라는 명분 아래, 공보처(이후 공보부) 주도의 강력한 사상 검열이 자리 잡았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반공(反共)'은 모든 예술과 대중 매체의 사상적 적격성을 판가름하는 절대적 잣대가 되었으며, 조금이라도 체제에 비판적이거나 불온하다고 판단된 표현물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분쇄되었다.

2) 군사독재와 전방위적 사전검열의 제도화 (1960~198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과 전두환 신군부는 국가안보와 풍속 정화, 근대화를 핑계로 문화 예술 전반에 대한 '국가 사전검열 체제'를 완벽히 구조화했다.

  • 영화(영화법, 1962년 제정 및 수차례 개정): 영화 제작업 자체를 허가제로 묶고 제작사를 강제 통폐합했다.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제출해 검열관의 도장을 받아야 했고, 촬영 후 완성된 필름은 문화공보부(이후 공연윤리위원회)의 가위질을 통과해야만 상영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이중 사전검열'의 덫에 갇혔다.
  • 음악(음반에 관한 법률, 1967년 제정): 1975년 '공연활동의 정화대책'과 긴급조치 제9호를 기점으로 가요계에 무차별적인 칼바람이 불었다. 한대수의 〈물 좀 주소〉(체제 불만), 신중현의 〈미인〉(대통령 영구집권 풍자 혐의), 송창식의 〈왜 불러〉(장발 단속 조롱) 등 220여 곡이 넘는 명곡들이 '허무주의 조장', '창법 미숙', '사회불안 조성'이라는 자의적 잣대로 금지곡 목록에 올랐다.
  • 만화와 도서: 1970년대에는 만화책을 광장에 쌓아놓고 불태우는 이른바 '불량만화 화형식'이 백주대낮에 벌어졌다. 모든 출판물은 도서잡지윤리위원회의 사전 날인을 받지 못하면 인쇄소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 언론(1980년 전두환 신군부): 언론통폐합을 단행하고 악명 높은 '언론기본법'을 제정해 문화공보부가 매일 아침 각 언론사에 기사 배치와 크기까지 지정하는 '보도지침'을 하달했다.

3) 1987년 민주화와 헌법재판소의 기념비적 위헌 결정들

19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제9차 개정 헌법은 마침내 제21조 제2항에 **"검열의 절대적 금지"**를 못 박았다. 이후 1990년대, 창작자들의 처절한 불복종 운동은 헌법재판소의 역사적인 판결들로 이어졌다.

  1. 영화 사전심의 위헌 결정 (1996. 10. 4. 선고, 93헌가13)
    • 독립영화 창작집단 '장산곶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오! 꿈의 나라〉와 전교조 문제를 다룬 〈닫힌 교문을 열며〉를 공윤의 사전심의 없이 상영했다가 영화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
    • 헌재 판시: "검열을 수단으로 하여 사상과 표현을 사전에 억압하는 것은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한다.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상영 전 내용을 심사하고 이를 거치지 않은 영화의 유통을 금지·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금지된 '사전검열'이다."
  2. 음반 사전심의 위헌 결정 (1996. 10. 31. 선고, 94헌가6)
    • 가수 정태춘이 1990년 〈아, 대한민국…〉, 1993년 〈92년 장마, 종로에서〉 앨범을 공윤의 사전심의를 전면 거부하고 무단 출시해 기소된 뒤 제기한 위헌제청.
    • 헌재 판시: "가요 등 음반 역시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에 의해 보호된다. 유통에 앞서 행정기관의 심사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 제21조 제2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3. 영화 '등급보류제' 위헌 결정 (2001. 8. 30. 선고, 2000헌가9)
    •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의 등급 결정을 '보류'하여 사실상 상영을 금지하던 제도 역시 "유통을 원천 차단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사전검열과 다름없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판결들을 거치며 도서, 음반, 방송, 영화 등 한국의 대중 매체는 마침내 '국가에 의한 사전 허가'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사후 관리' 및 '민간 자율 규제'라는 민주주의의 정상 궤도로 진입했다.


2. 게임 규제의 기원과 변천사: 문화가 아닌 '유기(遊技)'로 태어난 죄

그러나 이 찬란한 표현의 자유 쟁취사에서 완전히 소외된 채, 2020년대 중반인 오늘날까지도 군사정권식 전수 사전검열의 악습에 묶여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게임'이다.

1) 첫 등장과 태생적 족쇄: 보건사회부 소관 '유기장업' (1970~1980년대)

게임이 한국 사회에 처음 뿌리내린 1970년대 아케이드(전자오락실) 시절, 국가는 게임을 문화나 예술로 보지 않았다.

  • 유기장업법과 공중위생법: 전자오락실은 문화체육 부처가 아닌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관할의 '유기장업(遊技場業)', 즉 당구장, 터키탕 등과 같은 '위생접객업'으로 분류되었다.
  • 사회정화의 제물: 1973년 석유파동 당시 정부는 "전기를 낭비한다"는 이유로 전자유기장 신규 허가를 전면 동결했다. 이로 인해 오락실은 음성적인 무허가 업소로 밀려났고, 1980년 신군부의 '사회정화' 국면에서는 '청소년 탈선의 온상', '비위생 시설'로 지목되어 상시적인 경찰 단속과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2) '음비법' 편입과 공진협의 가위질 (1990년대)

1990년대 가정용 PC와 콘솔 기기가 보급되자, 정부는 1995년 12월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음비법)」**을 개정하여 게임을 '비디오물'의 하위 범주로 밀어 넣었다.

  • 1996년 영화와 음반이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사전검열에서 해방되었을 때도, 게임은 "상호작용하는 오락기기이자 사행성 우려물"이라는 편견 속에 방치되었다.
  • 당시 공연예술진흥협의회(공진협)는 격투 게임의 피를 **'초록색 피'**로 바꾸게 강제하고, 일본풍 복식은 '왜색 퇴치'를 이유로 삭제하는 등 전근대적인 가위질을 일삼았다.

3) '바다이야기' 사태와 규제 괴물의 탄생 (2006년~)

한국 게임 규제의 역사를 영구히 비틀어버린 결정적 분수령은 2004~2006년에 터진 '바다이야기' 사태였다.

  •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부실 심의와 권력형 로비 속에, 도박성 성인 오락기 바다이야기가 전국 골목을 도박판으로 만든 국정 스캔들이 발생했다.
  • 국회와 정부는 2006년 4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을 제정하고, 10월 게임 심의를 전담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게등위)'**를 출범시켰다.
  • 법명만 '진흥'인 규제법의 탄생: '도박 기계를 막겠다'는 공포와 트라우마 속에서 탄생한 게등위는 세계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형적 시스템을 법제화했다.
    • 전수 사전등급분류 의무화 (게임산업법 제21조): 국가 행정기관의 등급을 사전에 받지 않은 게임은 유통 자체가 원천 금지된다.
    • 극단적인 형사처벌 (제32조 제1항 제1호, 제44조): 미등급 게임을 배포·유통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살인, 강도 같은 중범죄에 맞먹는 형벌을 '사전 도장을 안 받았다'는 이유로 창작자에게 부과하는 법이 완성된 것이다.

4) 모바일 혁명과 땜질 처방: 기만적인 자체등급분류 (2011년~현재)

  • 스마트폰의 대두와 글로벌 앱스토어의 등장은 이 전수 사전검열망과 충돌했고, 결국 애플은 한국 계정에서 '게임 카테고리' 자체를 폐쇄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 정부는 2011년 모바일 게임, 2017년 PC·콘솔로 '자체등급분류제도'를 확대했으나, 게임산업법 제21조의3 제1항 단서에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과 아케이드 게임물은 자체등급분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독소 조항을 남겨두었다.
  • 성인 대상 게임의 원천 배제: 이 단서 조항으로 인해, 성인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서사나 파격적인 예술적 실험을 시도한 게임들은 자체등급분류라는 '우산'조차 결코 쓸 수 없다. 대기업이든 인디든 성인 등급 게임은 예외 없이 국가 기구인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비싼 사전 유료 직할 심의를 받아야만 하는 갈라파고스에 갇혀 있다.
  •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의 '울타리'와 독립 PC 인디의 사각지대: 게임물 사전 심의 제도가 자체등급분류 제도를 통해 민간에 위탁되었다고는 하나, 자체등급분류 권한 역시 엄격한 시설·인력 요건을 통과해 지정된 소수의 거대 플랫폼 및 유통 대기업(구글, 애플, 소니 등)에게만 독점적으로 주어지는 특권에 해당한다. 특정 퍼블리셔나 플랫폼의 우산 아래 들어가지 않고, 스팀(Steam)이나 itch.io, 자체 웹사이트 등을 통해 독자적으로 게임을 출시하려는 1인 개발자나 소규모 인디 창작자는 이 자체등급분류 권한을 가진 기업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결국 거대 플랫폼에 입점하거나 자체등급분류 권한을 지닌 배급사에 종속되며, 인디게임이라는 정체성과 독립성을 일정 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덫에 놓여 있다.
  •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가장 가혹한 법: 거대 게임사는 수억~수십억 원의 개발·마케팅 비용 속에서 심의 수수료를 가볍게 털어내거나 자체등급분류 권한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퍼블리셔의 자본 권력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성을 지키려는 1인·인디 개발자에게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게관위의 사전 심의 비용 자체가 큰 부담이자 진입 장벽으로 다가오게 된다. 결국 자본과 네트워크가 없는 창작자일수록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무시무시한 형사처벌의 칼날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 약자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법이, 오히려 가장 취약한 독립 창작자들을 사각지대에 몰아넣고 목을 조르는 가장 가혹한 족쇄로 전락한 것이다.

3. 21만 명이 던진 분노의 헌법소원: "사회질서 문란"이라는 유신의 망령

2020년대 들어 게관위의 전횡은 극에 달했다. 2022년 멀쩡히 서비스되던 서브컬처 게임(〈블루 아카이브〉 등)을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성인물로 직권 재분류하는가 하면, 수억 원대 전산망 납품 비리가 감사원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심지어 스팀의 글로벌 인디게임들을 향해 "한국어 서비스를 하려면 게관위 심의를 받으라"며 차단 압박을 가하기까지 했다.

이 누적된 국가 검열 카르텔에 맞서, 마침내 2024년 가을 대한민국 헌정사를 뒤흔든 거대한 시민 불복종 운동이 폭발했다.

1) 2024헌마909: 21만 751명이 서명한 역대 최대 헌법소원

2024년 10월 8일, 유튜버 '김성회(G식백과)'와 한국게임이용자협회(이철우 협회장/변호사)는 게임 이용자와 개발자 21만 751명의 청구인 명부를 이끌고 헌법재판소로 향했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설립된 이래 **단일 헌법소원 사상 역대 최다 인원이 참여한 사건(2024헌마909)**이었다.

심판대에 오른 법 조항은 바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2항 제3호다.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에 대한 제작 또는 반입을 금지한다.

청구인 측이 제기한 위헌 논리는 명료했다.

  1. 명확성의 원칙 위배: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라는 기준은 과거 유신 정권 시절의 긴급조치나 5공 시절 언론기본법처럼 한계가 모호하여, 심의위원 몇 사람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가위질(등급 거부)을 정당화하는 검열 도구로 악용된다.
  2. 사전검열 금지(헌법 제21조 제2항) 위배: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잔혹한 범죄 웹툰은 아무런 문제 없이 유통되면서, 유독 게임에 대해서만 '모방범죄 우려'라는 자의적 낙인을 찍어 유통 자체를 원천 금지하는 것은 차별적 사전검열이다.

2) 사건의 경과와 현재: 헌재 전원재판부 본안 심리 중

이 사건은 접수 직후 헌법재판소 제3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헌법소원의 상당수가 본안 심리조차 가지 못하고 '각하'되는 현실과 달리, 재판관 전원재판부에 정식 회부되어 현재 본안 심리가 한창 진행 중이다.

1996년 영화와 음반이 사전검열의 사슬을 끊어냈듯, 30년 만에 게임 역시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을지 국내외 게임계와 법조계가 숨을 죽이고 헌재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4. 피검열 주체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시스템의 폐기 촉구

21만 명의 헌법소원이 게관위의 '자의적 가위질 조항'을 정조준하고 있다면, 그 아래에는 인디 개발자들의 숨통을 직접 틀어쥐고 있는 또 하나의 거대한 모순이 똬리를 틀고 있다. 바로 **“국가가 형벌을 무기로 강제 검열을 집행하면서, 그 검열관들의 인건비와 행정비용을 피검열자(개발자)의 지갑에서 뜯어내는 유료 사전검열 시스템”**이다.

1) 방구석 인디 개발자에게 날아드는 356만 원의 '검열 청구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고시한 현행 등급분류 수수료 산정 공식을 들여다보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심의수수료 = 플랫폼 기본가액 × 이용형태 계수 × 장르 계수 × 한글화 계수

구분적용 기준 (PC 기준)수치
플랫폼 기초가액PC 게임360,000원
이용형태 계수네트워크 대전/멀티플레이 기능 포함1.5
장르별 계수1군 (RPG 등)4.0
한글화 계수비한글화 (외국어)1.5
합계 공급가액360,000원 × 1.5 × 4.0 × 1.53,240,000원
최종 수수료 (VAT 10% 포함)3,564,000원

자신의 방에서 1인으로 수년간 피땀 흘려 네트워크 기능이 있는 RPG를 완성한 인디 개발자가, 한국 유저들에게 선보이려 할 때 마주하는 첫 장벽이 356만 4천 원의 현금 청구서다.

이 액수가 얼마나 비상식적인지는 타 매체와 비교해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제작비 3억 달러(약 4,000억 원)가 투입된 150분짜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영등위 심사비는 약 180만 원이었다.
  • 개발비가 0원에 수렴하는 1인 인디게임 개발자가 지불해야 하는 심의 비용이, 세계 최대 영화 제작사가 내는 비용의 두 배에 달한다. 자본력이 없는 인디 개발자에게 이것은 등급분류가 아니라 **"돈 없으면 한국 시장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경제적 유통 금지 처분이다.

2) 타 매체와의 극단적 차별: 국가 검열을 돈 주고 사는 기괴한 매체

대한민국 어떤 문화 예술 영역에서도 피검열자가 수백만 원의 검열세를 내야 유통이 가능한 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 도서·출판: 사전 심의 없음. 지자체 신고 후 자유 출판. 사후 간행물윤리위 모니터링 비용은 전액 국가 예산(출판사 부담 0원).
  • 음반·음원: 1996년 위헌 후 제작·유통 단계 국가 심의 없음. 음원 사이트 및 방송사 자율 심의(창작자 부담 0원).
  • 웹툰·웹소설: 웹툰자율규제위원회 협약에 따른 민간 자율 등급제(작가 부담 0원).
  • 영상·OTT: OTT 자체등급분류 도입으로 넷플릭스, 티빙 등 플랫폼이 청소년관람불가 영상까지 직접 자율 분류.
  • 게임: 미등급 유통 시 징역 5년. 청소년이용불가 및 PC 인디게임은 게관위에 수십만~수백만 원을 바쳐야만 유통 가능.

3) 헌법적·법리적 모순: 국가의 공적 책무를 창작자에게 수탈하는 행정

  1. 사전검열의 유료 외주화:
    국가가 법률로 "심의를 받지 않으면 감옥에 보내겠다"고 위협하며 국민을 심의대 앞에 줄 세우는 것은 본질적으로 사전검열이다. 백보 양보해 그것이 '청소년 보호'라는 공익 목적의 행정이라 할지라도, 공익을 위한 행정비용은 마땅히 **국가의 일반 조세(예산)**로 집행되어야 한다. 검열관들의 급여와 기관 운영비를 피검열자의 호주머니에서 뜯어내는 것은 전근대 봉건 영주들이 다리마다 통행세를 징수하던 약탈 행정과 다를 바 없다.
  2. IARC 정신의 훼손과 문화적 고립:
    전 세계 디지털 오픈마켓의 표준인 IARC(국제등급분류연합)는 전 세계 개발자에게 **"무상(Free), 단일 설문"**으로 등급을 부여한다. 한국의 게관위는 IARC 가입 기관이면서도 '청소년이용불가'를 IARC에서 고의로 제외하여 유료 심의 독점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해외 명작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한국어 지원을 포기하거나, 한국 IP를 차단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

5. 결론: '심의세'를 폐지하고 완전한 자율·사후규제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 게임은 지난 반세기 동안 '보건사회부의 유기장 단속'에서 시작해 '바다이야기 트라우마가 낳은 게관위 독점 체제'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문화가 아닌 '잠재적 범죄 도구'로 취급받아 왔다.

21만 명의 헌법소원(2024헌마909)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의 심리대 위에서 한국 게임 검열의 숨통을 조여가고 있다. 그러나 제32조 제2항 제3호가 위헌 판결을 받아 폐기된다 하더라도, **'사전 등급분류 강제(제21조)'와 '피검열자에게 청구되는 수백만 원의 심의세'**가 온존하는 한 창작자들의 진정한 자유는 요원하다.

이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1. 청소년이용불가를 포함한 전면적 자체등급분류(민간 자율규제) 시행:
    OTT 산업이 영등위의 족쇄를 풀고 청소년관람불가 영상까지 플랫폼 자율 등급으로 전환했듯, 게임산업법 제21조의3 제1항 단서의 독소 조항을 삭제하고 청소년이용불가를 포함한 모든 게임의 등급분류를 민간과 플랫폼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2. 피검열자에 대한 심의 수수료 전면 폐지:
    사전 등급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 5년의 형벌을 가하면서 수백만 원의 비용까지 뜯어내는 가혹한 수탈 시스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등급분류와 사후 모니터링에 소요되는 비용은 전액 국고 지원(문화체육관광부 예산)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3. '사전 허가'에서 '사후 관리'로의 패러다임 대전환:
    도서 및 웹툰과 마찬가지로 창작자는 자유롭게 유통하고, 국가는 명백한 불법물(사행성 도박기기, 아동 성착취물 등)에 대해서만 사후에 철저히 개입해 행정 제재와 사법 처리를 가하는 '선 유통, 후 규제' 체계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검열받을 권리를 돈 주고 사야 하는 나라에서 문화 강국이라는 수식어는 기만에 불과하다. 1996년 장산곶매와 정태춘이 영화와 가요를 해방시켰듯이, 2024년 21만 명이 쏘아 올린 헌법소원의 불꽃은 이제 게임 창작자들을 짓누르고 있는 낡은 검열의 족쇄와 부당한 심의세를 역사 속으로 떠나보내는 도화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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